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도 내가 어렸을 때 여러 위인전을 사서 책꽂이에 구비해두셨다. 정말 어렸을 때는 만화로 된 위인전이었고, 조금 컸을 때는 줄글에 삽화가 자주 나오는 위인전이었다. 양쪽 모두에 헤밍웨이가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그의 말년 행보를 자세히 조명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 존재는 그 무엇과도 다르게 느껴졌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문학 비스무리한 것을 한다고 깝치던 시절에는 김훈과 함께 헤밍웨이의 저작을 많이 읽었고, 그의 문학 세계 전반에 흐르는 강렬한 남성성과 함께 나는 늘 그의 최후를 생각했다. 이해해보고 싶었다.
유명한 연예인이 자살할 때면 하루이틀 정도는 온나라의 신문과 뉴스와 유튜브 영상이 그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에는 이선균 씨의 자살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그런 소식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무리 그래도 자살은 안 된다'는 식의 댓글이 달려있다.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이런 의견에 공감하는 듯하다. 모든 종류의 자살이 모든 방면으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별로 아쉽지 않게도 나는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지 못한다.
나는 자살에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의적 자살이고, 다른 하나는 타의적 자살이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인생의 관성 뿐이다. 헤밍웨이는 평생에 걸쳐서 강인한 남성성을 추종했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히 그의 남성성도 함께 쇠락했다. 그의 노년은 그가 원하는 만큼 남성적이지 않을 공산이 컸다. 작가가 작품의 마무리를 결정하는 것처럼, 헤밍웨이는 그저 그의 인생이 그려낸 궤적이 필연적인 결말에 다다랐을 따름이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은 그렇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인생이 그려낸 궤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외부의 사건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이번 이선균 씨의 경우가 그러했고, 조금 더 돌아보자면 구하라 씨나 최진리 씨의 경우도 그러했다. 헤밍웨이와 같은 자살은 축하할만한 일은 아니더라도 슬퍼할 일도 아니지만, 이들처럼 심적으로 코너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슬프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떤 종류의 자살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며 인간으로써 마땅히 애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요컨데 헤밍웨이와 같은 종류의 자살이라면, 그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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