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의 성인 티보와 코치가 될 수 없는 박용택

작성일:2026.08.03|수정일:2026.08.03|조회수:33

리셋의 성인 티보와 코치가 될 수 없는 박용택

유튜브에서 그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LG에서 코지 제의가 왔을 텐데 왜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은건지 묻는 질문에 박용택 해설위원은 "돈 때문"이라 대답했다. 자식도 있고 이미 늘어난 씀씀이를 유지하려면 코치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다. 현역 시절 벌어들인 수입에 맞춰 생활이 커져버렸으니, 코치로 돌아가는 건 사실상 소득 절벽으로 내려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영양사를 그만두던 때가 떠올랐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 월급마저도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런데 월급이 끊기는 것보다 힘들었던 건, 줄어든 소득만큼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소비 습관에도 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달 음식부터 문화 생활까지 이미 당연해져버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서야 한다는 게 진짜 고통이었다.

그는 왜 리셋하는가

코덱스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 티보(@thsottiaux)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 코덱스 유저의 주간 사용량 제한을 리셋해주었다. 리셋 다음날에 곧 바로 또 리셋해서 욕을 먹자(사유: 어차피 어제 리셋 돼서 사용량 넉넉한데 별 도움도 안되는 시점에 리셋하고 생색은 오지게 낸다고. 티보 초기에는 리셋이 그렇게 흔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이틀 뒤에 다시 리셋할테니 그 사이에 토큰 빵빵 쓰세염'이라고 포스트를 올려 빠와 까를 동시에 미치게 만드는 기염을 토하셨다.

이제 티보의 리셋은 오일장보다 빠르게 돌아오고, 가끔은 Banked Reset까지 넣어준다. 세상은 대 토큰맥싱(Tokenmaxxing)의 시대로 접어드는 듯 했다.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하루에 10억 토큰을 써도, 주간 제한의 50%를 하루에 다 털어도, 퇴근 전에 루프를 돌려놔도 괜찮았다. 어차피 며칠 뒤면 티보가 토큰을 리셋해줄 것이고, 리셋 타이밍이 어긋나도 Banked Reset을 써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리셋할 수 있었다.

5시간 세션 제한까지 사라지자 체감상 코덱스는 무한의 토큰을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다. 구독료가 고정된 시점에서 토큰의 양이 무한해지니, 토큰을 더 많이 쓰는 놈이 이기는 게임이 되었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에이전트를 띄우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시키고, 잠들기 전에는 긴 작업을 걸어두었다. 반대로 리셋 직전에 토큰이 30%라도 남아 있으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실제로 손해 본 것은 없는데도, 어딘가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카카오 코덱스 구독이 끝나버렸다. 나는 여러 서비스를 비교한 끝에 Ollama cloud Max 구독을 시작했다. 금액과 토큰을 고려해보면 내가 고를 수 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선택이었다. Kimi-K2.7과 GLM-5.2의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만에 나는 코덱스 구독을 다시 시작했다. Ollama cloud Max 구독이 있으니 처음 한 달은 Pro x5 구독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나는 사흘 뒤에 Pro x2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어찌저찌 돌고돌아 Pro x20으로 돌아왔으니, Ollama cloud 쪽 토큰은 쓸 일이 없겠다 싶었다. 현실은 두 구독의 토큰을 남기는 거 없이 싹싹 긁어먹는 내가 있었다. 꼭 필요한 작업이 있어서라기보다, 남겨두면 아까워서 썼다. 토큰을 쓰는 일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남은 토큰을 소진하기 위한 목적이 되는 순간도 있었다.

이쯤 되니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티보는 왜 리셋을 해주는 걸까? 보통은 경쟁사, 특히 앤트로픽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OpenAI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답할 거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답은 절반만 맞다.

단위 시간당 더 많이 소비하게

예전에 읽은 《도둑맞은 집중력》에는 현대 자본주의가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발전해 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시간에 한 가지를 즐기던 시대에서, 한 시간에 세 가지를 동시에 소비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스크롤을 내리며 유튜브를 틀어놓고, 그 위로 알림이 뜨면 또 확인한다. 주의력이 쪼개지는 것은 부수 효과가 아니다. 그 쪼개짐 자체가 더 많은 소비를 만들어내는 엔진이다.

티보의 리셋도 비슷한 구조로 보인다. 리셋이 잦아질수록 사용자는 단위 시간당 더 많은 토큰을 쓴다. 한 번에 여러 에이전트를 띄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시키고, 잠들기 전에는 긴 작업을 걸어둔다. 한 번에 쏟아붓는 토큰의 양이 커질수록 작업의 단위도 커진다. “한 번에 끝내자”가 기본 리듬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리듬 없이는 일하기 어려워진다.

중요한 것은 토큰을 더 쓰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셋을 전제로 짜인 작업량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박용택이 현역 시절의 소득 기준을 단번에 낮추기 어려웠던 것처럼, 사용자는 넉넉한 토큰을 기준으로 굳어진 일하는 방식을 내려놓기 어렵다.

내가 영양사를 그만둔 뒤 겪었던 일도 같은 방향이었다. 소득이 올라가면 생활은 그 소득에 맞춰지고, 다시 내려가는 일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아프다. 티보의 리셋은 사용자의 당연한 기준을 조금씩 위로 끌어올리는 일에 가깝다. 리셋이 있을 때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리셋이 사라지는 순간 그 혜택은 곧바로 부족함이 된다.

그리고 이 정도 금액으로 이 정도 토큰을 제공하는 방식은, 현재로서는 OpenAI가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고 있는 쪽은 토큰의 한계비용을 더 낮게 볼 수 있다. 사용자가 한 번에 수억, 수십억 토큰을 쓰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라면, 리셋은 단순한 고객 혜택이 아니라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무기가 된다.

반면 앤트로픽처럼 외부 클라우드 인프라 의존도가 높은 회사라면 같은 방식으로 토큰을 풀기 쉽지 않다. 토큰을 넉넉하게 제공할수록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티보의 리셋은 사용자를 OpenAI 쪽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다른 서비스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소비 기준을 만들어내는 전략처럼 보인다.

익숙해진 것을 반납한다는 것

결국 공통된 지점은 하나다. 한 번 올라간 기준을 내리는 일은, 그 기준이 주었던 것을 스스로 반납하는 일이다. 영양사를 그만두며 씀씀이를 줄인 것도, 박용택이 코치 자리를 포기한 것도, 티보의 리셋에 익숙해진 사용자가 제한된 토큰 안에서 다시 일해야 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구조적으로는 같은 고통을 향해 있다.

티보의 리셋 정책이 의도적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인지는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사용자 경험을 좋게 만들려는 선택일 수도 있다. 다만 리셋이 반복될수록, 내 작업 방식은 리셋이 있다는 전제 위에서 커져갔다. 한 번에 돌리는 에이전트의 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잠들기 전 걸어두는 작업의 길이까지.

그래서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든다. 어느 날 갑자기 리셋 주기가 뜸해진다면, 나는 괜찮을까. OpenAI가 Banked Reset을 유료로 팔기 시작한다면 정말 사지 않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공짜로 받던 것을 돈 주고 사는 셈인데도 말이다.

아마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살 것 같다. 이미 그만큼의 토큰을 쓰는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무료로 넉넉하게 주던 토큰은 혜택이었지만, 내게는 조금씩 기준이 되었고, 이제는 그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낼 준비까지 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파리지옥 안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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